파일공유로 인터넷을 재발명하기

2026-07-20 16:32:20 · AI 학교, AI 환경

파일 공유는 편하고 좋은 것이며 널리 쓰이고 있다. 집에 있는 파일을 원격에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할 수 있다는 사실 정도만으로도 우리는 마음이 굉장히 편하고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인터넷의 역사는 이 파일 공유의 역사를 역주행해 온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인터넷에서 모든 것은 파일이다. 그러니까 인터넷이란 본래 파일 공유의 망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지만, 사람들은 그 기반 위에 열심히 새로운 플랫폼을 쌓아 올렸다. 유튜브는 동영상이라는 파일을 공유하는 시스템이다. SNS나 메신저도 마찬가지고 온라인 쇼핑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만큼 형식은 복잡해지고 자유는 줄어들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형식을 제약하고 사람들이 플랫폼 안에 들어가서 파일을 공유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산처럼 파일이 쌓여 있어도 그중에서 나에게 쓸모 있는 걸 찾는 일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터넷의 역사는 구글 같은 검색의 역사가 되었고, 특정 형식의 파일들만 플랫폼 안에서 생산하고 공유하는 시스템의 역사가 되었다. 이런 플랫폼들은 기본적으로 공짜로 사용할 수 있지만 엄청나게 큰 돈을 번다. 카카오톡이나 구글이나 페이스북을 쓰는 데 돈을 내지는 않지만 그들은 얼마나 부유한가. 그들은 기차 시대의 기차역을 연상시킨다. 사람들이 기차로만 다닐 때에는 기차역 앞의 땅값이 높았다. 기차역에서 멀면 사람이 모이지 않고 물건도 가기 어려웠다. 플랫폼들은 그렇게 사람들을 끌어모아서 자신의 입지 가치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우리는 점차 그 좁은 길로만 다니는 데 익숙해졌다.

플랫폼들은 자기 안의 정보를 프로그램이 빼가지 못하도록 여러 장벽을 쌓아 올렸다. 콘텐츠를 만든 것은 사람들이지만, 그 정보가 플랫폼 밖으로 흘러나가면 집객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근에 등장한 AI는 인간인 척하느라 많은 시간과 토큰을 소모하고 있다. 인간이 읽는 화면에서 정보를 긁어내고, 인간처럼 굴려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흉내 낸다. 한쪽은 보안을 핑계 삼아 인터넷을 점점 더 폐쇄적으로 만들고, 한쪽은 그걸 뚫겠다고 점점 더 많은 시간과 토큰을 불사른다. 이것은 내 상상이 아니라 지금 실제로 진행 중인 전쟁이다. 한편에서는 웹사이트가 AI에게 기계용 요약을 따로 내주자는 표준(llms.txt)이 제안되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든 웹사이트를 에이전트가 직접 질의할 수 있게 만들자는 프로토콜(NLWeb)을 내놓았다. 다른 한편에서는 클라우드플레어가 AI 크롤러를 차단하고 "긁으려면 돈을 내라"는 요금소를 세우고 있다. 웹을 기계에게 열 것인가, 더 높은 담을 쌓을 것인가를 두고 표준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생각을 제일 처음부터 다시 하면 어떨까. AI 에이전트를 가진 사람들이 파일 공유를 직접 하지 못할 이유는 뭔가. 사람은 만 개의 파일 속에서 흥미로운 파일을 찾아내기 어렵지만 AI는 그런 일을 인간보다 빨리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유튜브니 SNS니 온라인 쇼핑몰이니 하는 모든 서비스를 우리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걸 상상해 보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공유창고를 가지고 있다. 이 공유창고는 공개된 주소를 가지고 있어서 누구나 들어가 파일들을 볼 수 있다. 단, 레벨 시스템이 있다. 레벨 0의 방문자는 모두공개 파일만 볼 수 있지만, 로그인하고 승급받아 레벨 1이 된 사람은 레벨 1까지의 파일을 보게 된다. 더 승급받으면 더 많은 파일이 보인다. 기본 구조는 그게 전부다. 창고가 있고, 방문하면 파일들이 있다.

불편함을 감수한다면 이 공유창고 시스템은 유튜브가 될 수 있다. 동영상을 넣으면 사람들이 볼 수 있으니까. 신문을 가져다 놓으면 신문을 발행한 것이고, 보고서를 가져다 놓으면 보고서를 발행한 것이며, 음악 파일을 가져다 놓으면 음악 방송이 된다. 나눠주고 싶거나 팔고 싶은 물건의 목록을 늘어놓으면 오프라인의 창고세일 같은 것이 된다. 사람들은 들어와서 둘러보고, 가져갈 건 가져가고 살 건 사면 된다.

오래된 꿈, 두 번의 실패

여기까지 읽고 "그거 어디서 들어본 이야기인데"라고 생각했다면 맞다. 이것은 오래된 꿈이다. 초창기 인터넷이 실제로 이랬다. 사람들은 개인 홈페이지와 FTP 서버에 파일을 두었고, 방문자들이 와서 가져갔다. 그리고 이 꿈을 되살리려는 시도도 이미 여러 번 있었다. 그 시도들이 왜 실패했는지를 보는 것이 이 글의 핵심이다. 실패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야,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큰 시도는 RSS였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발행하고, 구독자가 피드리더로 모아 보는 구조. 지금 내가 말하는 것과 거의 같은 그림이다. RSS는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작동했다. 그런데 죽었다. 왜인가. 피드리더를 열면 읽지 않은 글 수백 개가 쌓여 있었고, 그것을 정리하고 선별하는 부담이 전부 인간 독자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부담을 견디는 대신, 알고리즘이 알아서 골라주는 플랫폼의 타임라인으로 이주했다. 발견의 부담을 인간에게 지우는 시스템은 편리한 알고리즘 앞에서 진다. 이것이 첫 번째 실패의 교훈이다.

두 번째 시도는 월드와이드웹(WWW)를 만든 팀 버너스리의 Solid 같은 개인 데이터 저장소 운동이다. 웹의 발명자가 직접 나서서, 모든 사람이 자기 데이터 창고(Pod)를 가지고 세밀한 권한으로 공개 범위를 통제하자고 했다. 내가 말한 레벨 시스템과 흡사하다. 그런데 Solid는 10년 가까이 대중화되지 못했다. 왜인가. 데이터를 온톨로지라는 정교한 형식으로 구조화해서 넣으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발행자에게 형식의 부담을 지우는 시스템은 보급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파일을 폴더에 던져 넣는 것까지는 하지만, 데이터 모델을 공부하지는 않는다. 이것이 두 번째 실패의 교훈이다.

정리하면 이 오래된 꿈은 두 개의 바위에 두 번 부딪혔다. 발견의 부담을 독자에게 지우면 죽고(RSS), 형식의 부담을 발행자에게 지우면 죽는다(Solid). 플랫폼이 이긴 것은 이 두 부담을 대신 져 주었기 때문이다 — 알고리즘이 골라주고, 업로드 양식이 형식을 강제해 주고. 그 대가로 우리는 기차역 앞에 모여 살게 되었다.

무엇이 달라졌나

지금 달라진 것은 단 하나, AI 에이전트의 등장이다. 그런데 이 하나가 두 바위를 모두 치운다.

첫째, 발견의 부담. 창고를 가진 사람이 열 명이면 일은 잘 돌아간다. 하지만 천 명이 되면 내가 뒤져봐야 할 창고가 천 개가 된다. RSS를 죽인 바로 그 홍수다. 하지만 이번에는 읽는 쪽이 인간이 아니다. 공유창고는 크롤링이니 컴퓨터 조작 흉내니 하는 어려운 기법이 필요 없는, 어쩌면 인간보다도 AI에게 친절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AI는 수많은 창고의 목록을 텍스트로 받아 순식간에 파악한다. 우리는 일종의 '파일 트위터'를 만들 수 있다. 내 AI가 창고이웃들의 목록을 정기적으로 살피다가 새 파일이 올라오면, 트위터에서처럼 "누가 새 파일을 올렸다"고 알려준다. 신문이든 논문이든 동영상이든 사진이든. 내가 정한 레벨과 관심사대로 필터링해서 보여줄 수도 있다. 좋았던 파일에는 좋아요를 누르고, 내 창고에 그 파일로 가는 링크를 넣으면 그것이 내 이웃들에게 리트윗이 된다. 올리는 사람은 마구 올려도 보는 사람이 정리해서 본다 — 정리하는 것이 사람이 아니라 AI이기 때문이다. RSS가 부딪힌 바위는 이렇게 치워진다.

둘째, 형식의 부담. 공유창고가 발행자에게 요구하는 것은 파일을 폴더에 넣는 것뿐이다. 다만 여기서 정직해질 필요가 있다. 완전한 무형식은 아니다. 창고에는 "여기 무엇이 있고 언제 바뀌었다"를 알려주는 얇은 목록(매니페스트) 정도의 최소 형식이 필요하고, 바로 그 최소 형식 덕분에 AI의 정기 순찰이 토큰 한 푼 들지 않는 값싼 작업이 된다. 그러나 Solid의 온톨로지와 파일 목록 사이에는 하늘과 땅의 차이가 있다. 하나는 발행자에게 공부를 요구하고, 하나는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Solid가 부딪힌 바위는 이렇게 피해 간다.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있는 것은 나 혼자가 아니다. 블루스카이는 2026년에 Attie라는 AI 앱을 내놓으면서 "AI는 플랫폼이 아니라 사람을 섬겨야 한다"고 선언했다. 자연어로 말하면 AI가 나만의 피드를 만들어 주는 물건이다 — 발견의 부담을 AI에게 넘긴다는 점에서 방향이 같다. 다만 중대한 차이가 있다. 그들은 개방형 플랫폼의 데이터 위에 AI 독자를 얹었고, 나는 각자 소유한 파일 위에 얹자고 말하는 것이다. 즉 AI가 컨텐츠를 큐레이션 할 때 그게 누가 지배하는 AI인가가 핵심이다. 요즘 흔한 어떤 플랫폼에 더해진 AI는 그 플랫폼의 주인이 지배하는 AI다. 그러니까 내가 뭘 볼까를 다른 사람이 결정한다. 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AI 에이전트이고, 완전히 공개된 플랫폼이다. 내 AI 에이전트가 일하는 방식은 내가 정하는 것이며 어떤 중앙에서 어떤 식으로 자료를 보라고 선택하는게 없다. 따라서 여기서 개인의 PC에서 개인의 설정대로 일하고 정보를 개인 PC에 저장하는 AI 에이전트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Nostr 같은 프로토콜의 철학 — 중계자는 날 데이터만 나르고 표현은 각자의 클라이언트가 알아서 한다 — 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앞서 말한 llms.txt와 NLWeb도 결국 "인간용 화면을 긁게 하지 말고 기계용 면을 내주자"는 이야기다. 흐름은 이미 시작되었다. 공유창고는 그 흐름의 가장 단순하고 개인적인 형태다.

남은 반론들

물론 반론이 있다. 하나씩 보자.

"플랫폼은 발견만 해주는 게 아니다. 대역폭도, 스팸 관리도 해준다." 맞다. 만 명이 보는 동영상을 집 회선으로 서빙할 수는 없다. 하지만 창고의 파일은 대부분 정적이라 엣지 캐시에 태우기 쉽고, 무엇보다 창고 네트워크의 자연스러운 규모는 전 지구가 아니라 동네다. 가족에게 보내는 신문, 이웃에게 파는 토마토에 유튜브의 인프라는 필요 없다.

"AI가 창고 천 개를 싸게 읽을 수 있다면, 창고 천 개를 쓰레기로 채우는 것도 싸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반론이다. 전역 검색으로 창고를 발견하는 구조라면 검색엔진 스팸 전쟁이 그대로 재연될 것이다. 그래서 발견은 검색이 아니라 이웃 그래프를 타야 한다. 내가 아는 사람의 창고, 그 사람이 리트윗한 창고, 거기서 소개받은 창고. 트위터 비유는 편의 기능이 아니라 스팸 방어의 구조다. 신뢰가 사람을 타고 흐르면 스팸의 경제성이 무너진다.

"결국 네트워크 효과 아닌가. 아무도 안 쓰는데 누가 시작하나." 여기에 창고의 구조적 장점이 있다. 플랫폼은 임계 규모에 도달하기 전에는 무가치하다. 사용자가 열 명인 유튜브는 아무 쓸모가 없다. 하지만 창고는 이웃이 한 명만 있어도 가치가 있다. 가족과 나, 둘이면 가족신문이 돌고, 동네 가게 다섯이면 배달 앱의 싹이 튼다. 크게 시작할 필요가 없는 시스템은 콜드 스타트가 치명상이 아니다.

직접 해보니

그렇다면 이걸 구현할 수 있을까. 내가 시도해 보니 구현하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첫째로는 AI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고, 둘째로 어렵지 않다는 게 정말 모든 사람에게 어렵지 않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만 결코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설정의 장벽이 좀 있다.

AI와 상담한 결과 나는 이걸 구현하기 위한 방법들을 최소 세 가지 알게 되었다. 첫째는 Nextcloud처럼 자기 PC 안에 창고를 만들어 직접 서비스하는 것, 둘째는 tailscale의 funnel을 이용하는 것, 셋째는 cloudflare의 터널을 이용하는 것이다. 뒤의 두 방법은 무료로 시작할 수 있고, cloudflare 쪽은 자기 도메인이 필요해서 1년에 만~이만 원쯤 도메인비가 든다. 안정성은 물론 이 순서의 반대다.

나는 실제로는 둘째와 셋째 방법을 시도해서 내가 만드는 개인용 AI 에이전트 시스템인 indiebizOS와 결합해 보았다. 그렇게 해서 내 공유창고는 이미 파일 트위터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내 AI는 이웃 창고들을 30분마다 살피고, 새 파일이 올라오면 피드에 띄우고, 나는 좋았던 파일을 내 창고에 리트윗한다. 이런 것은 아이디어의 문제일 뿐 어려울 게 없다. 창고를 만드는 건 AI에게 해달라고 하면 해준다. 그리고 둘은 서로를 보강한다. 공유창고가 있으면 AI 에이전트의 가치가 높아지고, AI 에이전트가 있어야 공유창고가 가치를 가진다.

창고는 방송국이다. 파일을 옮겨 넣는 순간 그것은 네트워크에 방송된다. 발행이 이렇게 쉬워지면 AI의 생산성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나는 요즘 나를 위한 신문을 전보다 정성스럽게 만든다. 그걸 내보낼 채널이 생겼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위한 AI 동향 보고서도 가족이나 지인과 공유할 수 있는 채널이 생겼다. 블로그 플랫폼에 글 하나 올리는 것이 글쓰기 자체보다 어려운 시대에, 파일 하나 옮기는 것으로 출판이 끝나는 채널이 생긴 것이다.

아직 공유창고의 망은 존재하지 않지만 그런 것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방송국들의 망이며, 인터넷쇼핑몰의 망이기도하다. 자기 공유창고를 가지는 일이 모두에게 쉬운 것도 필요한 것도 아니겠지만 공유창고를 가지는 순간 우리는 출판사나 언론사나 쇼핑몰이 된다. 그걸 생각하면 일이 굉장히 쉬워진 것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해 둘 것은 모든 시청자가 방송국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즉 이런 망이 존재하면 그런 망에서 정보를 수신할 수신자는 컨텐츠 생산이 없어도 득을 볼 수 있다. 인터넷 이전과 이후 더 풍부해진 정보가 더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듯 더 자유로워진 망은 더 많은 사람을 위한 정보 인프라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들은 공유창고 설정 같은 걸 몰라도 간단한 앱을 통해 컨텐츠를 수신할 수 있다.

기차와 자동차의 차이는 자동차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다는 데 있지 않다. 자동차는 어디나 간다. 물론 자동차에도 길은 필요하다. 하지만 기찻길과 달리 도로는 싸고, 어디에나 깔 수 있다. 그 차이가 기차역에서 멀리 떨어진 땅의 가치를 바꾸고 사람들에게 자유를 준다. 공유창고에 필요한 최소한의 형식이 도로라면, 플랫폼의 업로드 양식과 알고리즘은 기찻길이다. AI 에이전트와 결합된 공유창고의 네트워크는 우리가 아는 인터넷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 정보가 다르게 흐르면 정보의 가치가 달라진다. 그런 시대가 온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가 참 답답하게 살았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플랫폼들이 만든 좁은 길로만 다니면서, 그게 전부인 줄 알고 살았기 때문이다. 두 번 실패한 꿈이지만, 실패의 이유였던 두 바위는 이제 치워졌다. 이제 남은 건 아마도 다시 꿈꿀 용기가 아닐까.

https://github.com/kangkukjin/indiebizOS